하늘의 노래 - 7. 포대능선

청하  권대욱

신선대 그 높은 봉우리에 안개비가 내립니다
차마 비라고 하기에는 어설프지만
고즈녁한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비구름이
산아래에서는 비록 구름이라고 하지만
막상은 안개비라고 하여야 할까봅니다
그래서 신선대에는 안개비가 내립니다.

비탈길을 부여잡고 돌아가는 그 산녁에서
외로운 나그네는 아무것도 없음을 봅니다
오늘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혼자서 안개속에 묻히어 있었습니다
바로 앞에 보이던 만장봉은 어디로 가버렸습니다
그냥 안개비만이 친구가 된양 하였습니다

능선길이 가파르고 웃음 소리 먿었어도
산길가는 나그네는 그저 호젓한게 좋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도 잊어버렸나봅니다
저 멀리 중천 태양이 이제 희미하지만
얼음박힌 길녁에는 눈꽃이 아름답습니다
그 길 앞에는 포대능선 가는 길인가 봅니다.

아마득한 속세가 저 아래 보였습니다
작은 성냥갑으로 세워놓은 듯한 세상이
한껏 뽐내던 기세는 아주 초라해 보입니다
세상이 그럴진대 나그네는 웃음을 지어봅니다
너무도 걸어온 길이 가파로웠기에
앞만 보던 길에서 가만히 뒤돌아 봅니다

멀리 삼각산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저 쪽에는 수락산봉들이 손짓합니다
남녁에는 가지런히 불암산록이 있습니다
나그네를 조용히 불러주나 봅니다
아무말도 없었지만 그곳에는 희망이 있고
포대능선이 멀다지만 웃음이 서려있습니다

포대능선 그 길가에 안개비가 내립니다
차마 비라고 하기에는 어설프지만
고즈녁한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비구름이
산아래에서는 비록 구름이라고 하지만
막상은 안개비라고 하여야 할까봅니다
이제는 안개비도 그쳤지만 그저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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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능선은 도봉산의 한 능선산행길입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 가는 곳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