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들녘은 지금 / 차영섭

          갈대숲 사이로 눈보라 치고
          모두 꽁꽁 얼었다.
          봄을 노래하던 개구리
          여름을 익히던 매미
          가을 들녘에 곤충들
          동작 멈추고 소리마저 닫은
          아,겨울 들녘은 적막이다.

          모진 바람이 눈을 부릅뜨고
          약한 자를 잡으러 다닌다.
          걸리지 않으려고
          저들은 땅 속 깊이 방공호로 숨고
          이제 얼은 흙 속에 몸뚱어리도 얼었다.

          피도 숨도 잠자고 있을까.
          얼었다 풀리면 다시 깨어나는 것인가.
          저들이 추위를 이겨내는 비법은 무엇일까.
          꾹 참고 기다리면 봄이 온다는 것을 계산하고 있을까.

          아니야,어쩜 하늘과 기도로써 교감하고 있을 거야
          욕심을 다 비워냈는데 속죄할 것도 없잖아
          욕심이 느끼는 추위와
          양심이 느끼는 추위는 아마 다를 거야
          열대에서 느끼는 더위와
          한대에서 느끼는 추위도 아마 같지 않겠어?

          강바람은 더욱 쌀쌀맞게 내몰아치고
          저 바람 끝까지 도망간 자들은 은폐엄폐해서
          적막은 또 하나의 적막을 낳고 있다.
          적막이 적막을 이겨서 적막을 뚫고
          개선 장군처럼 이 세상에 올 그날의 얼굴들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