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홀로 있게 하소서
          詩. 강재현


그대
스쳐지나갈 인연이라면
눈빛을 마주치지 마소서
길가에 핀 민들레처럼
낮게 엎드려 바라보다가
풀썩, 입김을 불어 날려버릴
하얀 물거품 같은 인연이라면
이대로 홀로 있게 하소서

그대
정들만하면 떠나야할 운명이라면
내 가슴을 딛지 마소서
새장 속에 고이고이 접혀
그대가 주는 먹이를 먹고
그대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사는 새를 두고
어느 날 갑자기
또 다른 새장을 지으실 양이면
이대로 홀로 있게 하소서

그대의 따뜻한 눈빛에 길들여지고
그대의 고요한 음성에 귀먹은
어느 날 또다시, 혼자만의 세상 속에
남겨져야 한다면 눈 멀고 귀 멀어
세상을 볼 수 없을 것이오니
부디
스쳐지나갈 인연이라면
이대로 홀로 있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