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었나 / 오광수 아직도 잠이 덜 깬 내 귀에 조용히 들리는 이 소리는 아! 님이구나. 님이시구나. 자리를 차고 일어나 창문을 여니 일찍 찾아온 해님의 얼굴만 동그라니 보일 뿐 님의 소리는 들리지 않네요. 반가움에 커진 눈에는 금세 굵은 눈물로 가득 채워져 가고 햇살이 앉아있던 자리는 이렇듯 따스한데 어젯밤 한줄기 비가 흩뿌리고 간 마당엔 수명 못한 나뭇잎들만 이리저리 뒹굴고 있습니다. 햇볕의 따스함이 님의 따스함만 못하지만 눈 지그시 감고 두 손 다 펼쳐놓고 그리고 내 빈 가슴으로 가득가득 님의 소리로 받으렵니다. 아! 오늘 아침에 바람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