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돌아왔다./박임숙

그들이 돌아왔다.
소리 없이,
낡은 도심 보도블록
한 뼘도 안 되는 사이 틈으로
삐죽 ㅡ

초록의 눈빛
사방을 살펴
살을 에는 찬 바람에
벌거벗은 알몸으로
맞서 대항하며

그들은 소리 없이
남녘의 봄을 알리려
소리 없는 사투를 벌리며
신록의 푸름으로

지천을 푸르게 단장하러
봄을 안고 돌아왔다.

시린 눈발 안타까워
눈빛 온기만 더해줄 뿐
한낱 미물인
나는 아무것도 해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