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시간 / 향일화


- 섬 1 -


그대 사랑은
무성한 말보다
가슴 더 저리게 하는
짠 맛의 눈물로 항상 넘어왔다


억 만 년의 세월 동안
그대의 푸른 눈물 안에 가둬놓고
날 쓰다듬어 주던 시간으로
다 써버렸던
그대 손길이 좋아서
영원히
그대 품에서 빠져 나갈 마음
내게도 없다



  - 섬 2 _


신은  
그대와 나의 은밀한 사랑을 챙겨 주었다


그대 버릴 수 없는 절망이
푸른 세포분열을 거듭하며
거친 슬픔으로 넘어올 때마다
깨끗한 사랑을 주기 위해
내 살빛 허물어지는 고통을 참아야 했다


긴 세월
찢어진 그대 품에서만
살아야 하는 안쓰러움을 알아
별빛의 시선 뛰어내리는 밤이 되면
그대 체온은  
금이 간 내 가슴까지 넘어와
파르르 떨리는 아픔으로 자주 만져주었다


우리 사랑, 만약
천년 전으로 되돌린다 해도
내 마음 지금처럼
당신 속삭임 흘러드는 곳에
내 귀를 열어 놓는 섬일 것이다


오직, 그대 품에서만
죽을 수 있는 사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