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것은 계절만이 아니더라.

-詩- 고선예


시퍼렇게 흔들리는 대나무위로
까마득히 높은 곳에 올려져있는
빈 마음에 하늘이 흘러 현기증이 나고
모세혈관을 타고 흐르던
내 붉은 열정들이 물빛 날개를 빌어
무심의 강물에 투신해 멀리 떠밀려간다.

이리 저리 제보는 황금잣대들
볼썽사나운 당파싸움에 휘말리는 편견들
하나로 뭉쳐 만파식적 울리라며
거품 물고 달려오는 성난 바다의 항변을 아는지
그리도 기다리던 봄이 성큼 다가왔건만
삶에 지쳐가는 막막한 현실은 어이하나

겨울을 이겨낸 우리의 노래에
봄으로 피어나는 연두 빛 가슴에
풋풋한 희망 하나쯤 심어 볼만도 한데
차마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아쉬움들
세파에 시달리며 바람의 형태로
흐르는 것은 계절만이 아니더라.

2005/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