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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은 의자/김기택 묵묵히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늦은 저녁, 의자는 내게 늙은 잔등을 내민다. 나는 곤한 다리와 무거운 엉덩이를 털썩, 그 위에 주저앉힌다. 의자의 관절마다 나직한 비명이 삐걱거리며 새어나온다. 가는 다리에 근육과 심줄이 돋고 의자는 간신히 평온해진다. 여러 번 넘어졌지만 한 번도 누워본 적이 없는 의자여, 어쩌다 넘어지면, 뒤집어진 거북이처럼 허공에 다리를 쳐들고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있는 의자여, 걸을 줄도 모르면서 너는 고집스럽게 네 발로 서고 싶어하는구나. 달릴 줄도 모르면서 너는 주인을 태우고 싶어하는구나. 그러나 오늘은 네 위에 앉는 것이 불안하다. 내 엉덩이 밑에서 떨고 있는 너의 등뼈가 몹시 힘겹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