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무량대수의 세월을 갯바위 핥으며 살았건만
      아직도 핥아댈 그 무엇이 있어 
      밤을 낮 삼아 밀고 또 밀려온다.
      
      태곳적 
      그 바위 이젠 나약한 모래로, 
      부스러진 흙더미로
      포말로 흩어지는 잔물결에도 
      제 몸 하나 건사할 능력이 없다.
      
      푸른색이었다가 
      하늘의 안색이 검게 변하면 
      저도 따라 변하는 변덕쟁이,
      
      가을 파란 하늘빛으로 돌아오면 
      저도 따라 단풍 색이 되는...
      은빛 멸치 몇 마리 반짝이는 
      별빛 친구하려 왔다가
      짓궂은 파도의 농간에 
      갯바위 꼭대기에 홀로 남았다.
      
      아마도 
      지금쯤 미리내 한 쪽에 둥지를 틀고 
      자자손손 작은 별이 되어있겠지
      먼 바다는 안다. 
      세상이 얼마나 힘들고 험악하다는 것을...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에게 일러서 
      무지한 인간에게 알리려 하지만
      사람은 저 혼자 똑똑하여 
      그저 부서지는 포말이라 노래만 한다.
      
      
      사랑하는 파도님
      
      장박을 나가신 것입니까?
      그래도 간간이 여기에서
      님의 모습을 뵈옵곤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였었는데....
      요즈음은 통 뵈올 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추석 연휴를 마감하며
      님이 생각이나서
      이렇게 글을 올려 봅니다.
      
      
      파도 - 박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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