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어머니의 일기... ***

미안하구나, 아들아 !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 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같은 가난만 물려 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 파고 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 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몸 건사 잘 하거라!

살아 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 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어머니에 마음으로 서로 배려하면서 합시다

<어느 버려진 어머님의 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