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



        안개 / 최재영


              길을 나서면 안개가 먼저 다가온다.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내력 지상의 열린 틈마다 안개가 스며들고 사람들은 한번쯤 기침을 호소한다. 새들은 노래하지 않으며 길은 늘 젖어있다. 세상의 새벽은 잠 못 이루는 곳에서 먼저 깨어나 충혈된 소음이 도시를 빠져나가고 밤새 안개에 젖어 퉁퉁 불은 가로등이 불면의 문장처럼 침침하다. 정오가 되기까지는 완전한 침묵이다. 이곳의 시간은 안개의 흐름에 따라 정해진다. 사물들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낼 때쯤이면 정오의 햇살이 길의 한복판까지 나와 있다. 지루한 변명들이 길게 꼬리를 남기고 사라진다. 내 안에 내가 관여할 수 없는 것들처럼 대부분의 안개는 길 위에서 소멸해 버리고 구부러진 생의 길목마다 어둠은 먼저 찾아드는 법 새들은 모두 어디로 날아갔을까....!
              -2005년 강원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작-

-연주/안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