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길 위에서/곽재구


산을 만나면
산을 사랑하고

강을 만나면
강을 사랑하지.

꽃이 많이 핀 아침을 만나면
꽃향기 속에서
너게게 편지를 쓰지.

언덕 위에선
노란 씀바귀꽃 하모니카를 불고

실눈썹을 한 낮달 하나
강물 속 오래된 길을 걷지.

별을 만나면
별을 깊게 사랑하고

슬픔을 만나면
슬픔을 깊게 사랑하지.

그러다가

하늘의 큰 나루터에 이르면
작은 나룻배의 주인이 된
내 어린날의 바람을 만나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