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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일 오전, 묵은 책 뒤적이다가 ......

수주 변영로 선생과, 공초 오상순 선생은 어느 날 한강에 배를 띄웠는데,
양주 몇 병과,  안주로는 담배 50갑이 전부 였단다.

수주 : "술이 으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담배가 으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공초 : "그야, 제일 상위급은 여자가 아니겠나."
수주 : "그야 물론이고, 그 다음으로 술과 담배 중에 순서를 둔다면요?
         담배를 앞자리에 두시겠습니까?"

꽁초선생은 답을 미뤘다. "생각을 좀 해봐야겠군. 쉬운 답이 아냐......" (펌)


'멋'을 아는 선생님들의 삶이라니 ......
이런 훈훈함들이 이제, 별로 없다.
 
 
 
나와 시와 담배는
이음동곡(異音同曲)의 삼위일체

나와 내 시혼은 
곤곤히 샘솟는 연기

끝없는 곡선의 선율을 타고 
영원히 푸른 하늘 품속으로

각각 물들어 스며든다 -  '나와 시와 담배" 中에서 - 공초 오상순

 

※ EBS에서 방영된 "명동백작" 중에서 - 저도 봤지만,
    착실하게 정리 해 둔 글이 있길래 퍼 왔습니다.

명동백작"을 보면서 가장 강렬하게 인상을 받았던 부분은 당시를 치열하게 살았던
화가 이중섭도, 시인 김수영이나 박인환, 오상순, 이봉구, 변영로, 전혜린이 아니었다.
명동에 드나들던 사람들은 모두 알았다는 주점 '은성'의 주인 이마담이었다.
배우 최불암 님의 어머니 이명숙 님이 운영했다는 '은성'에는 서로가 알고 지내는
문학, 연극, 음악, 미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복작댔었다 한다.
사람으로 넘쳐났으나 언제나 똑같이 가난했던 그들, 장사하는 주인이나 술마시러 오는 사람들이나.
많은 사람들이 언제나 외상이었는데도 이마담은 낯빛 한번 흐린 적이 없었다.
나중에 '은성'은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젊은 색시들이 찾는 곳이 되었고,
누구는 혀를 끌끌 찾다지만, '은성'만큼은 그녀들의 해방구가 되어 주었다 한다.
지금도 최불암 님은 '은성'을 기억한다.

은성마담 : 선생님 오셨어요? 깍두기 담고 있어서..

오상순 : 매상 올려주려고 술꾼 한 명 데리고 왔어.

변영로 : 술 많이 먹는 건 사실인데 매상 높혀주는 건 모르겠소. 외상이 대부분일 거야.

은성마담 : 선생님 같으신 분이면 공짜라도 드려야죠.

오상순 : 누군지 알고?

은성마담 : 수주 선생님이시잖아요.

오상순 : 언제 봤던가?

은성마담 : 꽁초선생님하고 수주선생님 모르면 명동 사람 아니죠.

변영로 : 헌데 전에 여기가 오뎅집 아니었나? 그 전에는 다방이었고.

은성마담 : 예, 맞아요. 기억하시네요.

변영로 : 겨울에 소주에다 오뎅 국물 훌훌 마시는 게 별미였는데..

은성마담 : 그래요? 그럼 겨울에는 오뎅도 안주로 넣어야겠는데요.
변영로 : 지금 여기 안주는 뭔데?

오상순 : 빈대떡. 약간 떫으면서도 고소한 녹두맛이 제대로 나서 아주 일품이야.

변영로 : 오뎅 국물은 공짜지만 빈대떡은 돈을 받을 거 아냐?

은성마담 : 선생님께는 빈대떡 서비스로 드릴게요.

오상순 : 어허, 이마담 그러면 안돼.

은성마담 : 예?

오상순 : 오뎅집이고 다방이고 실패를 했다면서 그렇게 인심을 쓰면 어떡해?
           전에도 그렇게 서비스다, 공짜다 하면서 선심 쓰다가 다 적자났을 거 아냐?

은성마담 : 꽁초 선생님 때문에 청동다방이 먹고 산다는데,
              저도 수주 선생님 덕 좀 보려고요. 수주 선생님이 여기 자주 오신다고 하면,
              수주 선생님 보려고 손님들이 올 거 아녜요.
              그러니 술과 안주는 당연히 공짜죠.

변영로 : 마담 말 한번 잘 했다. 그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거 아냐.
            나 앞으로 여기 단골해야겠다. 꽁초선생께서는 청동다방을 지키세요.
            저는 여기 은성을 지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