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답/이시은


천지가 꽃들의 소리로 들썩거리면
아무렇지도 않다고 허풍 떨어봐도
명치끝 푸른 피 맺히는 외로움을
허리 찔러대는 꽃샘바람 먼저 알고 있더라

밤 지날 때마다
하늘에서 자라는 달의 크기를
나뭇가지에 옮겨 키운 잎새에
대금소리 내는 슬픔도
이슬에 헹구어 걸어놓더라

가슴 출렁대다 가라앉고 산과 들도 들썩이다 내려앉는 것을
아무도 막는 이 없더라

밤새 칼 갈던 꽃샘바람도
꽃웃음에 기가 눌려 주저앉고
햇살 달구어 잎 빚는 계절 앞에
조용히 옷자락 여미더라

산다는 것이
봄날에 꽃샘바람 질탕하게 놀다가는
그것 닮은 것이더라

어쩔래 어쩔래 아무리 물어봐도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계절 닮은 외로움을
한평생 키우고 살 수 밖에 없다더라.


이시은 제 4 시집 <우산 아래서 햇살을 꿈꾼다>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