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있는 시간은 / 류시화


홀로 있는 시간은
본래적인 자기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입니다.
발가벗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기입니다.


하루하루를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 앞입니다.
그리고 내 영혼의 무게가 얼마쯤 나가는 지
달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외부의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그리고 감촉에만 관심을 쏟느라고 저 아래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정한 자기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찻간이나 집 안에서 별로 듣지도 않으면서 라디오를 켜놓 는것은
그 만큼 우리들이 바깥 소리에 깊이 중독되어 버린 탓입니 다.
우리는 지금 꽉 들어찬 속에서 쫓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여백이나 여유는 조금도 없습니다.


시간에 쫓기고, 돈에 쫓기고 일에 쫓기면서 허겁지겁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쫓기기만 하면서 살다보니 이제는 쫓기지 않아도 될 자리에서조차
마음을 놓지 못한 채 무엇엔가 다시 쫓길 것을 찾습니다.


오늘 우리들에게 허(虛)가 아쉽습니다.
빈 구석이 그립다는 말입니다.
일, 물건, 집, 사람 할 것 없이 너무 가득 차 있는 데서만
살고 있기 때문에 좀 덜 찬 데가, 좀 모자란 듯한 그런 구석이
그립고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