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 (PASSPORT) 손희락 ▶

어느 여행사에서
여권 만료일을 물어왔다
순간 스치는 깨달음, 핑 도는 현기증
나는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인생 여권을 발급 받은 지
꽤나 오래된 것 같은데
유효 기간에 대하여 물어오는 사람이 없어
무관심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너덜너덜 찢기고 상했으나
갱신이 허용되지 않는 여권 만료일은 언제쯤일까
탐욕의 등짝 짊어진 배낭 뒤집어 탁탁 털어 낸 후
느슨해진 끈 조여 맨다

어쩔거나,
새벽이 깊어가면
어디론가 먼 길 떠나야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