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는/이향아



8월에는 울타리를 헐어버리고
살찐 여자처럼,
8월에는 앞가슴을 풀어제치고
헤픈 여자처럼,
정붙이고 살자고 한다.
짐꾸리고 떠나자고 한다.

떠날꺼나 나도
휘파람 풀잎같은 창공에 떠서
흙가루 반짝이는 신작로 지나
종일 미쳐 울먹이는 바다를 걸어
화려한 취기로
나도 갈꺼나

쑥대머리 헝클어진 정수리에서
해는 빗금을 쏟으며 떨어지고
열매들은 저마다 씨를 품고서
그래도 어떠랴 살부비며 큰다.

그럴꺼나 나도
초록 스카프 흔들며
목 매는 바람
세상이 떠나가게 소문 내고서
제 바닥에 굴을 파고
침몰할꺼나,
아, 숫제 없어져 버릴꺼나
나도, 8월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