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아 오려고 그러나보다

시 현


봄이 오려고 그러나보다.
제자리를 맴도는 시계바늘위를
천천히 아주 그렇게 더디게
봄이 오려고 그러나 보다.
꿈틀대며 밀어올리는
낯설은 아픔을,
싸늘한 죽음을 간질이며
흘러내리는 땀방울
소금보다 더 짠 땀방울로
살아있음을 알리고
울고있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봄은 그렇게 천천히 오려나보다.
매서운 바람이
아쉬울 것도 없는
썰물처럼 이 아침을 빠져나가는
길목 어귀에서
순수의 얼음보다
투명한 빛깔에 묻어온 향기를 띄우고.
차라리 다가올 여름 뙤약볕을
조바심하며 멈춰선
낯선 지루함이여
마지막으로 남겨진 자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