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한 사람이 / 민병도


비로소 한 사람이
나의 의미가 되었습니다.
마른 풀잎이 흔들려서
바람을 읽어 가듯
흔들리는 내 안에서
향기로운 바람이 되었습니다.

비로소 한 사람이
나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내 고독을 두려워하여
꽃을 곁에 두려 하였던
그 길고 외롭던 날들의
숨겨 둔 눈물마저 살피시어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었습니다.

비로소 한 사람이
나의 하늘이 되었습니다.
내 아직 그대 안의 말씀을 읽지 못하고
내 아직 그대 안의 노래 듣지 못해도
그 안에 태양과 달과 별과 구름 뜨고
그 안에 사랑과 용서와 구원이 있는
참으로 내 소중한 목숨의
목숨 안의 중심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