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다 / 기노을



바다는
아득히 먼 수평선상에서
하늘을 만나고
서로 속살을 비비면서도
끝내 자신의 비밀을 말하지 않는다

신비와 불가사의는
해구 깊숙이
은밀한 곳에 감춰 놓고
한 빛깔 영원한
푸른색을 자랑한다

이랑도 고랑도 두렁도 없고
인종을 가르는 국경선이며
무슨 색채의 비상선이며
피부를 구별하는 가짜 문명이
통 통하지 않는
바다는

태초의 생성의
엄숙한 그 표정으로
아무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해와 달과 별과 하늘까지도 수용한다

바다는
멀찌막이 나 앉아서
평화 사절단을 육지에 보내어
온종일 그 달변의 혓바닥으로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