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 낭송 고은하

우연히 길을 걷다가도 무심코
부딪히는 찬 바람에
가장 먼저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옷은 따뜻하게 입었는지
신발은 잘 내어 신었는지
바람이 불어 지나간 작은 골목에서

저만치 누군가의 목에 감겨져
휘날리는 빨간 머플러 한 장에도
나는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그대에게도 잘 어울릴 텐데 머플러를
나부끼며 사라져간 이름 모를 여인의
머리 위를 눈발처럼 내리치는
햇살에도 나는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그대도 저 햇살만큼 따스한 사람인데
햇살 아래 수정처럼 빛나는 작은 공원의
호숫가에 내려앉은 이름 모를 철새에게서도
나는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그대도 언젠가 내게 저렇게 날아왔는데
철새가 머물다간 그 자리에 하얗게
내비치는 뭉게구름 한 토막에도
나는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그대도 저 구름만치 포근한 사람인데...

글/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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