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흔 넷의 첫사랑

어느 정도 희비애락, 겪었을 나이인데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를 향한 심장은 두근거렸다
생의 최초로 느껴보는 벅찬 두려움이다
내게도 남성본능이 있길 원했다
심장이 두근거려야 할 이유는 없고
다만, 스쳐 지나가는 인연까지는 좋았다
탐욕만 꿈틀대길 바랐는데
탐욕은 간데없고 마음만 사로잡혔다
그랬다!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던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을 것이라는 이 가슴은
그녀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좋다!
그녀를 미워하기로 작정했다
이 마음 빼앗아 가버린 침략자라 규정했다
사람의 가슴을 파먹는 못된 악마
흡혈귀라 단정 지었다
그런데, 가슴이 아프다
못된 흡혈귀로부터 무엇 파먹힌 적 없는데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아픔이다
사랑하기 싫어 미워했는데
이 마음 빼앗길 줄 미처 몰랐다
생에 처음 그리움의 눈물 흐른다
그립고, 보고 싶고 하는 것이
이런 것인 줄 몰랐다
돌아눕는 베갯잇이 척척하다
뒤집고 뒤집어도 여전히 척척하다
오늘이 이렇게 가고
내일이 이렇게 가면 잊혀지리라...
그런 날이 벌써 두 달 넘었다
아직, 남아있는 눈물이 흐른다
마흔 네 살의 첫사랑!
그 눈물 마르지 않고 잘도 흐른다
생의 최초, 처음 느껴보는 벅찬 두려움
그것은 내 나이 마흔 넷
첫사랑이었다

글/강태민

♪ 마흔 넷의 첫사랑 - 낭송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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