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의 하루


하늘을 처다본지가 얼마만인가
땅을 내려본지도 꽤 오래인데
하루해 저물기가 힘이들고
저녁이 쉽게 오지 않는날엔
숨소리도 맞바람에 부대껴 가파라만 집니다

욕심없는 하루건만
세상을..삶을 몽땅 놓아버리고
모든걸 잊고싶은 날엔
더딘밤은 몹시도 길고
이 밤의 어둠은 길고도 긴 그림자
이런밤엔 꿈도 하얗도록 허망하여라

하루만큼 생은 짧아져 가는데
파고드는 상념은
끝도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네
아...나는 여태껏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가 

파문을 넘어 파도를 치는 날엔
물 속에서 그 하루를 살았고
채 몸이 마르기도 전에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내일을 걸어야 했던
중년의 하루
또 다른 하루네

녹지 못하고 얼어버린 가슴 앓이가
고드름 처럼 맺힌 창문너머로
뽀얀 아침이 다시 숨을 가다듬고 찾아오면
따뜻한 햇살이여
새삼 반가운데 

등 뒤에서 날마다 부르는
금쪽같은 품안에 자식들
이제는 이제는 올려다 보며
점점 셀수없는
내 흰머리카락은 과연 몇개나 될까...?
아..오늘은 무엇이 마냥 그리워 진다
 
글/이채


♪ 중년의 하루 - 낭송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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