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리며 이루어지는 사랑 - 이종인 ●

내가 사랑하는 너는 한그루 나무였다
계절은 부지런히 
너를 오르내렸으나
아직 꽃이 피지 않은 그런 나무였다

몸은 크고 어린 너의 영혼
지금은 감당하지 못할 내 사랑
나는 새가 되고 바람이 되어
너를 간지럽힐 수밖에 없다

아침이면 물안개 호수
저녁이면 달빛에 박자 되는
풀벌레 울음까지 퍼담아 
너의 나뭇가지에 반지처럼 걸어주었다

나를 몰라도 풍경에 반하도록
순진한 너의 가슴에 추억을 쌓았다
냉가슴 앓는 고백을 화살처럼 쏘았다

그리고 나는 떠났다
너에게 쌓인 추억만큼 
아주 떠난 듯이 숨어서 지켜보았다

단 한 번 뇌성 번개가 나무를 치던 날 밤
너는 심하게 떨며 울었지
추억이 풍경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너의 때를 기다리고 기다렸던
내 사랑 때문에 
그토록 아름다웠다는 것을


  ♪ 기다리며 이루어지는 사랑 - 낭송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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