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가는 길에 까마귀도 울고 있다 - 詩 박장락

      낭송 - 김혜영


      어둠은 길고 긴 시간 속에서 존재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지된 시간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어둠의 동굴로 은신하는 박쥐처럼
      긴 날개를 내리고 낮과 밤의 깊은 교접을 하게 된다
      햇살의 유희에 길을 걸었을 뿐인데,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고,
      내가 가야할 길은 갈수록 막막하기만 하다

      하늘 들어가는 길을 몰라
      새처럼 나뭇가지에 앉아
      길 없는 길을 찾아 헤매다
      지난겨울 내가 남겼던 이정표가
      숙성된 포도주처럼,
      코끝이 짜릿한 향기 나는 초여름의 시간에도
      나는 겨울 속 동면의 인간이 되어
      바늘같이 뾰족한 전나무 숲길을
      가는 듯 마는 듯 달팽이처럼 걷는다

      오대산은 다섯 봉우리가 만든
      거대한 연꽃 봉우리다
      가을에 단풍들면 붉은 연꽃이 피고
      흰 눈이 내리면 백련 꽃이 벙긋 피었을
      어둠 속을 헤매는 미로의 길 하나를 알게 되면
      잃어버린 고독의 긴 항해의 옷을 벗어버리는 순간,
      내가 가는 길에 슬퍼서 우는지 까마귀도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