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


            시:원태연/낭송:이병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언제가부터 저는 행복이 TV드라마나 CF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거울을 통해서 보이는 제 눈동자에서도
        행복이 보입니다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좋은 일들만 생길 수가 있는지
        그렇게 늦게 오던 버스도 어느새 내 앞에 와
        어서 집에가 전화를 기다리라는 듯 나를
        기다려주고
        함께 보고 느끼라는 듯
        감미로운 사랑 얘기를 테마로 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되고 읽어 보고 따라 하라는듯
        좋은 소설이나 시집들이 눈에 띄이고 있습니다

        얼마 안있으면 그의 생일이 찾아 옵니다
        그의 생일날 무슨 선물을 건네줄까 고민하는
        내 모습이 참 이뻐보입니다.
        언제나 나를 떠올릴 수 있게 메모와 지갑을
        겸할수 있는 다이어리 수첩을 사줘볼까 하며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이
        그렇게도 행복하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을 때 문득 문득 불안해지고는 합니다

        사랑하면 안되는데.. 또 그렇게 되면 안되는데
        버스가 너무 빨리 와 어쩔 수 없이 일찍 들어간
        집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
        전화기만 만지작만지작 쳐다보고 있으면
        안되는데..
        감미로운 사랑얘기를 테마로한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게 되면 안되는데..
        읽을 만한 거라고는 선물 받았던 책...
        밤새 도록 뒤적이며 울고 또 울게 되면
        안되는데..
        입을맞추고 싶다가도
        손만 잡고 말아버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일 선물 하나 고르는데
        이번에 또 잘못되더라도 기억 속에 안 남을
        선물을 고르려 노력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번에 또 그렇게 되면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인가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기고 말았습니다


<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