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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상처 - 문정희 ♡ 시낭송 - 고은하 빙초산을 뿌리며 가을이 달려들었다 사람들은 다리를 건너며 저 아래강이 흐른다고 하지만 흘러서 어디로 갔을까 다리 아랜 언제나 강이 있었다 너를 사랑해! 한 여름 폭양 아래 핀붉은 꽃들처럼 서로 피눈물 흘렸는데 그 사랑 흘러서 어디로 갔을까 사랑은 내 심장 속에 있다가 슬며시 사라졌다 너와 나 사이에 놓인 다리에는 지금 아무것도 없다 상처가 쑤시어 약을 발라주려고 했지만 내 상처에 맞는 약 또한 세상에는 없었다 나의 몸은 가을날 범종처럼 무르익어 바람이 조금만 두드려도 은은한 슬픔을 울었다 빙초산을 뿌리며 가을이 달려들었다 다리 아랜 여전히 강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