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섬

시리도록 푸른 물길 가르며
떠나가는 드넓은 바다에
스쳐 지나온 모든 것은
희미한 점으로 남는다

등 굽은 허리를 꺾어
들썩이는 잔기침 쏟아내며
더 많이 먹으라고
한사코 성화를 부리던
인정 많은 늙은 아낙네

비틀거리며, 넘어지며
모진 풍파를 견뎌온
부둣가를 서성거리며
절반은 흙으로 돌아 간
가랑잎 같은 손 흔들며
안녕을 빌어준다

헤어져야 하는 아픔을
토악질하는 갈매기도
요란한 뱃고동소리도
먼 바다에서 달려온
허기진 파도가 삼켜버렸다

언제인 듯 흘린 눈물은
한낮의 햇살을 물고
영롱한 무지갯빛을 띄운다

조개잡이와 고기잡이로
흥겨웠던 섬 친구들을
찰랑대는 한 잔 술에 담아
불그스레 달아오른 수평선 넘어
두고두고 그리워해야 할
옛 이야기로 묻어 둔 채
어둠에 쌓인 회색도시를 향해
닻을 올렸다

그 언젠가 훌훌 벗어 던졌던
잿빛삶의 허물을 찾아
비릿한 일상을 걸쳐 입어야 한다

글/이강석

♪ 떠나가는 섬 - 낭송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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