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가 그냥 가시나요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외롭다고 투정부리며
내게 가까이 다가온 그녀
나는 그녀의 외로움을 덜어주고자
따스한 말로 위로하며
삶의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내가 기울인 노력에 힘입어
밝고 명랑한 삶을 되찾길 간절히 소망했다

어쩌면 나도 외로움의 한 가운데를 서성거리며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를 원했던 것은 아닐까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바램에 의해
우린 금새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그런데 내가 사랑을 고백할 시점이 되자
그녀는 무엇이 그다지 두려운 것인지
저만큼 도망간다
언제 자신이 외로웠냐고 항변하는 표정으로 돌변하여
나를 외면하는 것이다

그렇게 싱겁게 끝날 거라면 애당초 가까이 오지나 말지
내게 깊은 속마음을 고백하며
함께 할 약속을 왜 한 것인지
어쩌면 그녀는 외로운 나락에 떨어져
천형처럼 슬픔을 되씹으며 살아 가야할
버림받은 운명을 타고났던 것은 아닐까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녀를 고독의 사슬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무모한 도전을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사랑은 저무는 저녁, 햇살속으로 몸을 숨기고
세상은 검은 어둠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詩/이강석

♪ 왔다가 그냥 가시나요 - 낭송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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