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사랑 - 낭송 고은하


그대 죽으면
흐르는 강물에 녹아 
동해로 흐르거라 

나도 죽으면
흐르는 강물에 녹아 
서해로 흐르리라 

그리하여 그대와 나는 
푸른 물결 철썩거리는 
남해 바다에서 만나자  

수 천 년을 바다에서 
춤추고 뒹굴며 노래 부르던 어느 날 
몰아치는 세찬 태풍을 피해 
외딴 무인도에 내려 
성난 바람이 사라져간 틈새귀의 
눈웃음치는 햇살에 녹아 보자 

그렇게 우리 두 영혼은 바람따라 구름따라
높푸른 하늘을 훨훨 날아가자 
온 세상을 두루두루 날아다니다가 
높다랗게 솟아오른 외딴 숲속에 내려앉아 
어린 소나무의 목마름을 축여주는 빗방울이 되자 

그런 인연으로 아기 소나무의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나 
아름다운 새들의 노래에 장단 맞추고 
이슬에 젖은 풀벌레 소리에 새벽잠을 깨우며 
너와 나 한 몸으로 뒤엉켜 천년 만년 살고 싶어

글/이 강석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