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가고 싶다

공회전하는 바퀴의 날
가야 할 길도 막연한
희뿌연 안개의 연막
아파서 돌아누울 적마다
생각의 가지들 마구 뻗어나
양극과 음극이 어긋나
눈 없이 밀어내는
어느 벽에 굳어 사는 것인지
가까이 가려 해도
석양 놀 기다랗게 늘어진 그림자
 
초롱꽃 퉁방울 눈물일 적에
그대에게 가고 싶다
마른 잔디에 누워 게으른 한숨 재우고
아프다 하는 풀의 소리를 듣다가
민둥산 달이 오르면
들불로 번지는 산자락 붉은 꽃들

기다림도 가없는 구름의 살이었다가
이내 뭉개지는
이내 흔적도 없이
다른 이름이 되는 마음 한 칸
지독한 차마 그렇다 할 수 없는 묵언의 고백
사노라면 그런 부대낌도 당연하려니

들풀이 저리도 흔드는 무성한 숲
막 게워낸 숨들
푸르고 싱싱한 마구 흐드러진 곳
우두커니 기다리다
외진 마음 다독거려 한참을 아무런
소식도 아무런 아우성도 없는 나른한 적막

그대에게 가고 싶다
강물이 머리칼 빗고
저녁 바람이 누울 자리를 찾아
잠잠해지는 그곳
한바탕 퍼부은 소나기
혈관을 적실 때
처마엔 빗방울 듣는 소리
꿈도 없이 나른한 이승의 한 철
그대에게 눕고 싶다

글 / 切苾 김준태

♪ 그대에게 가고 싶다 - 낭송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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