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남

내 강을 건너간 사람이 있었다
그때 물이었던 내가 그를 떠밀어냈다
보내고 나서 비로소
그의 몸이 오래도록 강 속으로 흘렀다
깊이 감추어둔 눈물도 눈치 채지 못하고
천천히 흐르고 싶었던 내 안에서
왜 강인가 묻지도 않았던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들어내고 사라졌다

잡을 수 없는 물의 끈들이
물방울들이 뚝뚝 떨어졌지만
왜 그것이 슬픔인지
아픔인지 알아채지 못하고 떠났다

몸을 일으킬 수 없는 강일 때
나를 저어간 사람이 있었다
등불이 켜지면 불현듯 한쪽으로 몰려가는
어둠의 끝에 서 있었다
등불이 멀리 쳐다보고 있을 때
나는 등불 아래 어둠이었다

바다가 뭍으로 와서 왜 들썩이는가
왜 그런 것인가 묻지 않았다
흐르다가 멈춘 적 없어 그저 흐를 뿐이라고
젖은 옷이 다 마르기도 전에 잊는 것이라고

어둠의 강 섶으로 깊이 흐르다가
부챗살 펴진 강의 끝으로 가서 천천히 잠기는
그런 것이라고 그쯤이야 당연하다고

글/切苾 김준태

♪ 떠남 - 낭송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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