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문법

외진 바다로 가서
홀로 흔들리는 등불이
파도에 잠기는 소리를 듣습니다

어둠을 비집는 너울을 보다가
자꾸만 가까이 오는 고독을 밀어냅니다
바다가 바다에 그저 침묵하자고
바람이 바람에 그저 흔들리며 가자 합니다

모래톱 어지러운 발자국들
외롭다고 떠난 사람과
세월의 뒤꼍으로 사그라진 사랑과
돌아보아도 아무도 서 있지 않는
돌아보아도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는
주름진 슬픔의 이랑을 걸어갑니다

물의 어깨에 놓인
서글픈 언약의 자갈이 가라앉을 때
저민 가슴으로 오는
깊고 푸른 걸음의 바다가
충분히 흔들리며 깊어지자고 합니다

글/切苾 김준태

♪ 바다의 문법 - 낭송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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