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을 사는 것일 테지요

흔들리는 눈물의 등잔
못내 아쉽던 사랑도
먼 그림자 드리운 날 있을 테지요

찬 이슬 젖은 발목 끌고
망각의 늪으로 사그라진
여느 땐 살갑던 이
기억의 글씨 또렷하던 달력은
세월의 뒤꼍을 서성이고
시곗바늘 허공을 공전하는 날도 있을 테지요
  
생각의 문고리 안으로 걸고
먼 별 무심히 드리운 빈 눈망울
슬픔의 걸음이 앞서가는
수정 거울 속 우두커니 흐린 동공이 젖어갈 때
혼미한 의식을 나는 은빛 새떼들

바람의 물살 헤집는 
벼랑의 꽃들이 무너지는 풍차 바퀴의 날
격정의 너울이 눕는 언덕 너머
비로소 잔물결의 고요
그런 날을 사는 것일 테지요
그런 들녘을 걷는 것일 테지요

글/切苾.김준태

♪ 그런 날을 사는 것일 테지요 - 낭송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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