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사랑하고서부터 1 /受天김용오 (낭송:고은하) 널 사랑하고서부터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선율도 심장을 도리질 하는 낮은 목소리의 애간장을 녹이는 콘트라베이스의 허스키한 음색 또한 너의 목소리였다는 걸 알았기에 널 가슴에 담을 수가 있었음이야 널 그리워하면서 어린왕자의 파리한 미소에서도 너의 미소를 볼 수가 있었고 인어공주의 슬픈 눈망울에서도 너의 눈물을 볼 수 있었기에 참을 수 없는 기막힌 사연에 바람에다 연서를 날렸어야 했었고 구름에다 얼굴을 파묻어야 했었던 모든 일들을 꼭꼭 숨겨 놓은 하얀 도화지에 널 담아 그릴 수가 있었음이야 널 만나고서야 바람이 너의 노래였었다는 걸 알았고 구름 또한 너의 눈물이었다는 걸 알았었고 반딧불이 쇠똥에서 태어난 이유를 알아야 했었고 서쪽하늘 반짝이는 별이 너의 미소였었다는 걸 널 만나고서야 알았지 뭐니 널 안고서야 장미향일 때는 진해서 좋았었고 감꽃 향일 때는 소담해서 좋았었고 후리지아 향일 때는 멀리서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는 걸 아! 널 안고서야 네겐 하나의 향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었지 뭐니 널 사랑하고서부터 심장이 뛰어 오는 행복을 느껴야 했었고 가슴이 조여 오는 슬픔 또한 느껴야 했었기에 저녁이면 싫다는 저녁놀을 붙잡고서 네 소식을 물어야 하는 내가 싫어 오늘도 그만 집 앞에서 서성이고 마는 그런 사람이 되어있었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