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떠나지 않는 건 없구나
말없이도
새기손가락
영혼의 고리 했는데
먼 뒷곁으로 떠났고

가까이 가슴에 울던
앞 산 뻐꾸기도 입을 다물었다
내 빈 자리
가득 수 놓던
여린 그리움의 입김도
파랑새 몸짓에 묻혀 사라졌고

여름내 처마 밑 새 집
부리 쪼며 거두더니
어느 날 기척 없는
빈 둥지로 남았다

겨울 바람 휘청이며
무성한 풀 숲 이야기
낙엽된 아픔 나누어도
다시 오마 봄내음 아랑곳 않고
떠난 자리 잊은 채
다가 올 흙내음만 뒤집는가

기약 없는 떠남 서러움만 남기고
바느질 힘든
불규칙한 조각은 너풀거리는데

우리에게
이별 없는 날은 없나 보다

차라리 그냥 울어
보낼 수 있다면
오늘은 큰 바다 만들어 지겠지

글/冬木 지소영

♪ 떠남 - 낭송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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