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랑의 연가

멀리 한다 하십니다
떠날 연습 한다 하십니다

어느해 였던가
첫눈 설레임으로 예감한 사랑
맞으며 녹았고
녹으며 삼킨 눈꽃 내린 그 날
일찌기 철부지 함성으로
촘촘 구슬 꿰던 여울

뙤약볕 거센 하루
이유 모를 단절로
눈과 귀를 막았던 당신을 안기엔
내 가슴은 작기만 했습니다

죄진 어깨처럼
도망하려는 당신은
안개골 굽어 굽어
깊은 계곡 능선을 운무하다
물살 헤집고 달려 나오기도 하시더니
다시 바삭이며 낙엽하네요

마음하나 애처러움으로
당신의 별은
만져지지 않는 만남에
빛을 잃어 갑니다

슬픈 사랑으로 덫한 우물
작은 발길로 그저 채일
이름없는 들꽃으로 머무르겠다 하십니다
바라만 보겠다 하십니다

예고 없이 다가온 늦가을 바람
비맞은 꽃잎 두루 술렁이더니
원색 펼치던 꽃잎은
슬픈 사랑의 연가로
구석진 양지곁에
노란 무덤을 파고 있습니다

당신은 들리건만
당신의 마음은
안겨지지 않습니다

글/冬木 지소영

♪ 슬픈 사랑의 연가 - 낭송 고은하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