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知天命)

너는 말이 없다
샛강도 지나고
급류도 지났는데
서리 맞은 머리카락
골깊은 잔잔한 미소만 흐른다
 
너가 따라주는 한잔 술에
유년을 담궈보니
까끔내기 곱던 시절
봇도랑 개울 깨 벗고 멱 감으며 송사리 쫓고
보리개떡 코묻은 손으로 먹던 얼굴들
유유한 강물은 말이 없다

어디로들 쫓아서 갔는가
머리칼 희어져
소름 돋는 그리움은 머물지 않고
유혹의 바람에 욕망의 파도에
휩쓸려 가고프던가
 
불혹(不惑)을 지나 지천명(知天命)인데
시절고와 그리워 아파한 가슴에
미련 두지 마오
미움도 원망도 집착도
한잔 술에 타서
갈바람에 해묵은 달을
뚝 떼어 보냈듯이 마시고
 
이내 노란 단풍잎 저물면
그리움에 불씨를 지펴 잔 기울 듯
이순(耳順)으로 가는 길
비우고 가려네

글/지인 유계영

♪ 지천명(知天命) - 낭송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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