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숲에서

사삭 나뭇잎
몸 비비는 소리에도
오싹 소름 돋는
숲길을 홀로 걸었다

길섶 산초열매
붉기 무섭게 우수수 쏟아지고
도토리 여무는 오솔길
산 까치 고독을 파고 있다

설핏 한 떼의 바람
살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향방을 묻지 않았다

고개 뒤틀어
구월의 쓸쓸함 따위나
그리움도 하소 하지 않았다
발설해 속을 들켜 버릴 것 같아
굳게 다문 입술에 견고한 고리를 채웠다

글/이상희

♪ 구월의 숲에서 - 낭송 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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