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과 물 되어
바람과 물이
하나였음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꽃이 진 자리 웅크린 열매
빈 둥지 눈멀도록 지켜낸 작은 몸
당신 발자국에 세월 묻으며
어린 가시고기 되어 그 자리를 서성였습니다
불혹 넘어 어린 나를 품으시고
마른 젖가슴 부비시며 눈물 삼키신 당신
긴 세월 하루같이 정화수 받쳐 놓고
고사리 작은 손에 하늘 별 따 주시던 어머니
어느 날 해 오름에 두 손 모으신 채
먼 산자락 바람되어 가시었습니다
지천명 지난 지금도
어머니 품 속 그리움에 가슴 저려와
구름처럼 바람처럼 덧없이 돌아온 길
내 얼굴 이맛살에 고스란히 남은흔적
오래된 내 사랑이여!
이제야 당신이 바람속에
물이셨음을 깨닫습니다
글/청파 김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