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가는 것은

온종일 부대낀 꽉 찬 하루
밤이면 다시 초롱 초롱한 눈
책 속의 책을 들여다 보는 그들 곁에서
하루의 가난에 쉽게 젖는 나는
하찮은 슬픔에 빨리도 반응한 것이었다

병든 나무 삭은 이파리
곧잘 구분하면서도
아픔 만지기 두려워하고
지나치고 싶은 어설픈 잔해들
찬 술잔 어루만지는 저문 날
부러지기 쉬운 삭정이
마른 억새꽃 바람에 흔들리는 날
별것 아닌 것에 목멘
엉킨 갈대의 언어를 고독이라 이름하고
  
회초리 같은 싸리나무 갈겨대는
황량한 들엔 낮은 숨결
오래 기다린 사랑이 있더라
쓰러진 풀숲 언어를 듣다가
거적 두른 허무
허공에 질러댄 폭력의 빈 소음 재우고
오래전 눈먼 사랑이 허리를 감는다

살아가는 것은
결국 들썩이는 야윈 어깨 감싸는 것이더라

글/김준태

♪ 살아가는 것은 - 낭송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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