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국·경희대 치과병원 교정과 교수
얼마 전 진료실로 한 아리따운 젊은 여성이 찾아왔다. 얼마 뒤 결혼할
예정이라는 이 환자의 고민은 의외로 '입 냄새'였다

 
오후엔 괜찮은데 유독 아침에 냄새가 심하다는 것이었다.
결혼을 하면 매일 아침 남편과 얼굴을 맞대야 하는데 입 냄새 때문에
겁이
난다고 했다.

"혹시 아침 식사를 하느냐"고 질문했더니 예상했던 대로
"아침은 보통 거르고 출근한다"고 했다.

 
가끔씩 우유를 마시기도 하는데 양치질을 해도 냄새가 너무 심하며,
구강 청결제로 입 안을 헹구기도 하지만 별 소용이 없다고 했다.


왜 이렇게 아침에만 입 냄새가 나는 걸까?

낮 동안에는 음식물을 섭취하고 말을 하는 등의 활동에 의해 끊임없이
저절로 입안 청소가 이루어진다. 이를 '자정작용'이라 한다
.

  그러나 잠을 잘 때는 입을 안 움직이므로 자정활동이 현저히 감소하고,
공기의 흐름마저 줄어든다.
 
이때 입안과 목구멍에는 '혐기성 세균'이 낮에 비해 기하급수로 번식하여
수백 만개로 늘어난다.
 
 특히 이 세균은 혀의 미뢰(맛 돌기)와 치아·잇몸 사이 '치주낭'이라는
작은
주머니의 미세한 틈 사이에 공기를 피해 숨어 지내며 황 화합물을
만들어 내는데, 그것이 강렬한 입 냄새 원인이다.

이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이를 잘 닦고 구강 청정제를 사용하더라도
치아에 붙어 있는 세균과 황 화합물은 제거되나 혀의 표면과 목구멍
속에 붙어있는 것들은 전혀 제거되지 않는다. 따라서 몸속 깊은 곳에서
부터 나오는 강렬한 냄새를 뿜어내게 되는 것이다.


보통 입 냄새는 호흡기나 소화기 기능 이상이 있을 때도 생기지만,
그 원인의 대부분은 '입 안' 에 있다
.
 입 안에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세균 중 공기를 싫어하는
'혐기성 세균'이 입 속 점막에서 떨어져 나온 상피세포, 침, 음식물


찌꺼기와 같은 단백질을 분해할 때 발생하는 휘발성의 '황 화합물'이
불쾌한 냄새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침의 입 냄새는 통상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이 때문에 한국인의 입 냄새는 서구인과는 달리 변 냄새와 유사하다
.
특히 스트레스 상태에 있거나 겹친 피로가 있는 경우 침의 흐름이
저하되어 더 심한 입 냄새를 만든다.

냄새를 제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꼭 아침 식사를 챙기는 일이다
.
빵과 같은 정제된 가공식품보다 섬유질이 풍부한 밥을 먹으면 혀와
목구멍에 붙어있는 세균들이 모두 씻겨 내려 가서 위에서 위산에 의해
사멸된다.
식사를 하고 이와 혀를 잘 닦으면 입 냄새는 결코 생기지 않는다.
아침 식사를 꼭 챙기는 일은 건강뿐 아니라 입 냄새를 없애는 중요한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