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엽서 - 대한민국 60년] 2부제 수업


"나는 오전반, 너는 오후반"… 콩나물 교실


"그 때 우리는 2부제 수업을 했다. 교실 수에 비해 학생 수가 많아서 오전에는 늦게, 대개 열 시쯤 등교해서 교실 밖에서 야외수업을 하고 일·이학년들이 하교하는 오후 시간에는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했다. 그런데 비가 오거나 날이 추우면 그럴 수가 없어서 한 교실에 두 반 학생이 들어가고 두 담임 선생은 돌아가며 수업을 했다." 1960년생 소설가 성석제가 '스승들'(소설집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에서 전하는 풍경이다.

70년대 말
서울 문창초등학교는 한 학년에 많게는 25개 학급으로 모두 115개 학급을 3부제 수업으로 운영했다. 서울에서 한 학년 학급 20개 안팎은 흔했고 시골에서도 2부제 수업이 많았다. 한 반 학생을 70명으로 비교적 '적게 잡아도' 25개 학급이면 한 학년만 1,750명에 달한다.

문창초등학교가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소문도 돌았다. 65년 서울 전농초등학교에 입학한 58년생 문학비평가 김명인의 회고에 따르면 창신초등학교나 전농초등학교도 기네스북 기록감이었다. 한 반 학생이 100명 넘는 콩나물교실이었고 전교생이 1만명을 넘었으니 한 교실을 여러 반 학생들이 교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
"개띠 동기의 말에 따르면, 어디를 가나 사람에 치이는 일은 우리들이 태어날 때부터의 숙명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 베이비붐을 타고 우글우글 태어난 아이들인 우리는 3부제로 운영되는 콩나물교실에서 어깨를 부딪혀가며 공부했다. 우리가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이상하게도 입시제도가 바뀌었다."(은희경 '마이너리그')

초등학교 취학률이 광복 직후 64%에서 의무교육 실시에 따라 59년 96.4%까지 치솟았지만 교실과 교사 숫자가 따라주지 못했다. 더구나 55년 이후 10년 간 태어난 인구가 900여만명에 달한다. 현재 나이로 4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에 해당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2부제 또는 3부제 수업을 하며 학교를 다녀야 했고 입시 때나 직장 생활에서나 늘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다. 80년대 후반 주택 200만 호 건설정책에도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 수요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설이며, '58년 개띠'들이 이 세대의 상징으로 일컬어질 때가 많다.

애국조회를 위해 전교생이 바글바글 운동장에 모였다가 다시 교실로 들어갈 때의 북새통이 엊그제 일만 같은데 2007년 우리나라 초등학교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30.2명이고 초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22.9명이며 학급당 36~40명이면 과밀학급으로 분류된다. 담임선생님이 학급 학생 이름 외우고 얼굴 익히기도 버거웠던 그 시절, 한 교실 문 위에 '3-1', '3-20' 학급표지판이 함께 걸려 있던 그 때에 비하면 퍽이나 '한산한' 교실이라 하겠으니 격세지감이다.

: 김동식·문학평론가(인하대 교수) | 일러스트레이션 : 박광수

내 어린날의 학교 / 양희은

출처 : 조선일보 200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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