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정석희

노랗고
하얀 얼굴
잎도 없이 피워낸 꽃
겨우내 추위와 싸우다
청춘을 잃었는지
지쳤는지 이마엔 식은땀이 송글송글

흐드러지게 피어나
향내 한 번 전하지 못하고
봄비에 나딩구는 고개 숙인 넋
전하고픈 마음

지난날

아를다운 매무새
뒤뜰 살구나무 아래
빨간 앵두 웃음 사이
고개 내밀던
백합꽃 향기 그립다

푸르른 잎
세월의 솔기 사이 불어오는 바람에
휘파람 장단 맛추며
살리라 살리라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