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바쁜가?



시현



분주한 발걸음 걸음마다 헤집어

한 낮 두 시 졸리운 언덕길 오르네.

이따금 귓 볼을 스치는 바람이나

찰랑대며 흔들리는 세월의 물결도

머무르고 흐르기를 거듭하는 기억속에서

나는 풀잎위 바람을 흔들고 서있겠거니

아쉬움이 어쩌면 아름다울 수 있었으리.

모래톱 켜켜이 쌓여

지워진 오늘,오늘 그리고 오늘

나도 하얀 도화지 위에서

빛 바래가며 까맣게 타들고 있더라.

그리움과 기다림도 그렇게 나이를 먹고

산다는 게 슬픈 것인지

살아간다는게 슬픈 것인지

나이를 먹어가도 나는 잘 모르지만

이따금씩 부는 바람에 쓰는 엽편은

어깨를 들썩이며 잘도 구르더라.

그냥 그렇게 살아 중얼중얼,

중얼중얼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버겁기만 한 짐을 벗어놓으면

내 가슴 어느 한 켠으로

시원한 물소리 한줄기 흘러서 갈까?

나는 지금 바쁜가?

나는 지금 바쁜척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