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 / 조혜식

하늘이 뿜어내는
예고 없는
입김일가!
곱게 내리는 이슬비
비 사이로 질주하는 차들
세수했어도 검은 아스팔트

긴겨을 이겨낸
촉촉히 젖은 가로수
푸른 잎새 끝에
달랑거리는 빗방울
이슬도 아닌 굵은 비도 아닌
은실이 조용 조용 내린다

그리움 함빡 배인
굽 돌아간 동네 길에
우산 두 개 정답게
이슬비 속으로 사라진
사랑스런 연인들의
뒷모습 아련히 멀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