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

때로 눈물로 시 쓸 때가 있습니다.

방학이면 급식을 받지 못해

끼니를 걸러야 하는 아이들을 보거나

달구경도 못하는 달동네에서

손주들 데리고 연명하다 자리에 누운

병든 할머니를 보거나

 

어머니날,

 

아 으 오 우 ......끊어지는 모음의 음절만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하며 노래 부르는

뇌성마비 장애자의 '어머니 은혜' 들을 때

눈물보다 시가 더 젖을 때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죽고, 정신이상에 걸린 엄아 옆에서

가장 갖고 싶은 게 뭐냐는 후원자의 질문에

겁먹은 듯 기어드는 소리로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대답하는 아이의 눈망울은

말뿐인 시를 흐느끼게 합니다.

구석구석 숨어 있던 중오와 분노,

세상에 대한 적개심을 어느새 녹여버린

모음뿐인 노래를 따라 부르다

시보다 더 진실한 게 눈물이란 걸

아프게 깨닫습니다.

세상이 외면하는 가난 때문에

세상이 외면하는 아픔 때문에

제대로 못 먹고 병든 사람이

아직도 우리 곁엔 너무 많습니다.

 

* 이 시는 1991년 4월 5일부터 시작되었던 '거룩한 만남' 이란 이웃돕기 프로그램을 하며 정목스님과 함께, 서울의 거의

  모든 달동네를 발로 뛰며 대상자를 물색하고 성금을 전달하던 시절 만났던 아프고 서럽고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절절한

  경험이 묻어 있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