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호

먼저 저의 닉네임이 "부산남자"에서 "부산사또"로 변경되었습니다.

 

변경사유는 별뜻이 있는 것이 아니오라, "부산남자"라는 닉네임이

 

부산을 대표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 부담스럽기도 하고 해서,

 

오작교홈지기님께 부탁을 하여 "부산사또"로 변경하였음을 회원여러분께

 

신고드립니다.

 

 

오래된 편지

 

                                             - 차승호-

 

책꽂이 한켠 깊숙한 곳에

 

켜켜이 쌓인 먼지며 딱딱하게 굳은 시간의 껍질 속에

 

 

내 영혼의 푸른 상처 앉아 있네

 

처음 그곳애 꽂아둘 때는 아무도 모르게였지만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술 한잔에 쩌는 동안

 

나조차 까맣게 잊어버렸네

 

 

그러던 어느날

 

전세를 청산하고 주공아파트 24평(A형)으로 이사가던 날

 

나는 보았네

 

 

오랜 세월 살 속 깊이 숨었던 상처가 덧나 있음을

 

그것은 발자국 같은 내 삶의 그림자가

 

 

아주 가끔 뿌리쪽으로 기우뚱거리던 이유였네

 

달빛이나 새벽빛으로 길들인 기다림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해질녘이면 내가 왜 바람 부는 거리를 홀로 걸어왔는지

 

왜 까마득한 세월의 우듬지에 등불을 켠 채

 

서있고 싶었는지

 

 

비로소 나는 알았네

 

세상에 상처 없는 기다림이 어디 있을까

 

사람은 기다림의 또 다른 이름 상처라네

 

 

 

(차승호 시인 소개)

 

1963년 충남 당진 출생으로

 

1994년 "문학세계"신인상을 통해 등단하였으며,

 

1999년 전국공무원문예대전에서 시 "예당평야에서"로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부산문인협회

 

회원이며, 부산진구청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해설)  강영환(시인)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를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끝없는 탐색을 하면서 살아나고 있다.

 

삶이 무엇인가 정답없는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바로 인생이다.

 

왜 여기에 던져졌을까하고 의문을 가질 필요도없다.

 

그저(여기/있음)이 바로 나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서울에 살고 있던가,충청도 당진에 살고 있던가,부산에 살고 있던가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의 현재시간 속에서 나를 자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하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