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련

난초 잎 새겨진 토기 잔에

시리도록 투명한 술을 부어

멍든 가슴을 풀어 적신다

 

나를 두고 떠난 너를 위한 한 잔

상처투성이인 나를 위한 한 잔

여기에 깃발 든 상념들을 칵테일하여

눈물처럼 들이키면

 

목젖을 타고 흐르는 독한 알콜보다

더욱 취하게 하는 것은

별무리 속에서 가물거리는 너

너를 응시하는 내 초췌한 몰골

 

안되겠다

이제 그만 너를 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