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기

 

       빈 들판이다


       들판 가운데 길이 나 있다

 
       가물가물 한 가닥


       누군가 혼자 가고 있다


       아 소실점 !


       어느새 길도 그도 없다


       없는 그 저쪽은 낭떠러지


       신의 함정


       그리고 더 이상은 아무도 모르는


       길이 나 있다 빈 들판에

 

       그래도 또 누군가 가고 있다


       역시 혼자다